[시] 김이듬 - 반불멸
반불멸 - 김이듬 작은 전시관이야 예전에 너하고 봤던 그 그림들이야"카페에서,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, 그 작품 생각나니? 반 고흐 애인으로 알려진 여자 초상화 말이야근데 그 초상화 다른 여자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네'포도'에도 '노란 장미가 담긴 잔' 에도 다른 못 그린 그림들이 숨겨져 있어가난밑그림으로 한 화가가 재활용한 캔버스의 밑그림이 훤하게 보이는 거야이렇게 회화에 엑스레이를 해보면 덧칠하기 전에 그린 그림들이 보인단 말이지그가 덮어버린 스케치 감췄다고 믿었던 수많은 물감칠 안간힘 쓴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통 나는 거야 전시관 앞 기념품 가게 모퉁이에서 엽서에 몇 자 적어 보낸다내가 죽거든 내 죽품에 엑스레이나 전자현미경을 들이대지 마 낙서도 만화도 아닌 거 훔쳐본 누드 종이를 불에 그을려보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