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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시] 박노해 - 그 겨울의 시

MATEJ 2020. 2. 16. 15:29

 

 

그 겨울의 시

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 

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

할머니는 이불 속에서 

어린 나를 품어 안고

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

 

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

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

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

 

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

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

 

찬바람아 잠들어라

해야 해야 어서 떠라

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

왠지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

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

 

박노해 시집 [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] 수록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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